요즘 짜증나는 일이 너무 많다.
유류환급금부터 세상 모든 게...
얼마 전 동료 번역가가 벌어들인 번역료는 작년과 거의 그대로인데 세금을 무려 100만원이나
환급이 아닌 추가 납부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국민연금까지 두 배로 늘었다며
국민연금공단에 전화하고 '난리'를 치다 결국 세무사와 상담까지 했다.
(사정을 들은 국민연금공단 직원은 이런 방법을 알려주더란다,
'무자료 거래를 하세요'
공무원 만세!)
9시 뉴스에서 직장인들의 연말 소득공제가 내년 1월로 미뤄지고 세금도 줄어든다고
국세청 직원께서 아주 자랑스럽게 말하더라.
그리고 내년부터 6천만원 이상 봉급자는 세금이 53만원 줄어든다고도 하더군.
자영업자는 2400만원 이상이면 세금이 백만원 늘어난다는 얘기는 아무데도 없는데...
직장인들은 유리지갑이라 그런 혜택을 주지만 나 같은 자영업자는 얼마든지 돈을 '띵겨'
먹을 수 있으니 과표를 2천 4백으로 깎아야 속이 시원하시다는 뜻.
but, 그러나....
다른 자영업자들은 어떤지 몰라도 출판사에서 원고료 받는 나 역시
유리지갑이기는 마찬가지다. 그것도 티끌하나 없이 맑은 유리지갑.
출판사도 사업체인지라 세금 신고를 위해 원천징수영수증을 칼같이 작성하기 때문에
내게 주는 돈은 10원 한 푼도 정확히 기록한다.
무자료 거래는 생각도 할 수 없다.
(아니면 무자료 거래를 위해 나도 뇌물을 줘야 하나...
뇌물 권하는 사회...)
자영업자들 소득을 정확히 파악 못 하는 건 국세청 공무원들이 자기 할 일을
안 해서 파악 못 하는 거다.
(수천 수억 버는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자영업자들 소득 파악 못 하는 것도
공무원들이 제 할 일 안 해서 파악 못 하는 거잖아!)
내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이 제 할 일 안 하는 책임을
왜 내가 져야 하고 왜 내가 피해를 봐야 돼?
일요일 그리고 심지어는 토요일까지 꼬박꼬박 쉬고, 온갖 공휴일
다 챙겨 먹고, 점심 시간에 점심 먹고, 일하다 틈틈히 커피 마시고, 담배 피우고, 잡담하고,
간식 챙겨 먹고, 유급 휴가 가고, 꼬박꼬박 월급 받고 퇴직하면 연금 받고.
공무원과 직장 봉급자들은 이렇게 살지.
하지만 자기 시간 마음대로 쓰고 돈도 펑펑 벌 수 있다는
온갖 번역 학원 광고와 달리, 10년 가까이 번역만 하고 살아온 나는
말 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노동자.
하루 일 안 하면 그날 벌이는 땡!
그런데 이번에는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쳐 속상하고 괴로워하는
직장인님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그런 경우 휴일을 더 늘이는 법안을
어느 국회의원님께서 상정하신다는 뉴스까지 있더군.
국회의원나리님도 휴일에 놀테니 휴일은 많을수록 좋겠지.
물론 이런 사정 전혀 모르고 택한 직업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화가 난다. 머리가 돌아버릴 정도로.
봉급자는 6천만 이상 벌어도 53만원이나 세금을 깎아 줄 정도로 돈을
많이 버는 게 당연하고
나 같은 자영업자는 겨우 2400만원이나 버는 것도 감지덕지하게 여기고
세금을 1백만원 더 내라....
그래놓고도 살기 힘드니 국민들 세금 감면해 주기 위해 애쓴단다.
종부세도 개정하신단다. (종부세 관련된 말 쓰면 잡혀들어가려나.)
종부세 개정이 서민들 살림에 얼마나 큰 이득이 되는지
나는 '법'을 몰라 잘 모르겠다....
그렇게 생색내고 모자란 세액은 은근슬쩍, 나 같은 자영업자들 주머니에서
짜내가겠단다. 노조결성해서 촛불시위할 것 같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 세금만 야금야금, 아니 꿀꺽꿀꺽 먹겠단다.
내 차가 더러워질까봐 내 나라에 버렸습니다.
내 돈 쓰기가 아까워서 내 나라에 버렸습니다....
어쩌고 하는 공익광고가 있다.
이런 광고에 공감이 가고 가슴 뭉클하던 시절이
내게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광고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만 든다.
부자 지갑 축날까봐 없는 것들 지갑 털었습니다...
원래 있는 것들 더 먹이려 원래 없는 것들 굶겼습니다....
......
써 놓고 보니 그래도 입에 풀칠하고 살 정도인 주제에 불평이 심하다고
나를 욕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 보다 더 가진 사람들이 언제 내 눈치보고, 내 걱정 해 주면서 입고 먹고 쓰고
즐기던가?
너무 길게 썼다. 나도 다시 보기 싫을 정도로.
PS. 1. 이런 글조차 썼다 고치고,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올리는 소심하고 겁많은 나. 싫다.
PS 2. 지인의 세무사와의 상담을 일부 옮겨보자면
세무사께서는 지인의 납세자료를 보여주니 세무사 says, '너무 정직하셨군요'
라고 했단다. OTL......
-세무행정은 '세법은 공표된 사항이므로 전국민이 알아서 숙지해야 함'을 전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몰라서 그랬어요, 같은 건 절대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sohcool says, 온 국민이 세법 알아야 한다면서 국세청 공무원들 뇌물은 왜 받아드시나? 뇌물이 불법인 건 세법 공무 안 한 국민도 다 아는데. 아참, 뇌물이 불법이라는 건 세법에 없고 형법에 있나? 그래서 꿀꺽꿀꺽 뇌물 받아드시나? 극히 일부 비리 공무원들 이야기이니 관련없는 공무원님들은 흥분 가라앉히세요.)
-내년부터는 연 소득 2400만원 이상인 개인사업자는 단순경비율에서 기준경비율을 적용받는다.
귀속년도의 전년도 수입을 기준으로 하므로 2007년 수입이 2400만원 이상인 프리랜서들은 주의.
-다른 직업군은 모르겠지만 개인사업자 중 '인적용역 제공자'는 그렇다.
인적용역 제공자란 작가, 만화가, 번역가, 학습지 교사, 계약제 학원강사 등 프리랜서군을 말한다.
-쉽게 말해 2007년에 3000만원을 벌고 2008년에 1000만원을 벌었다고 하면, 2009년에 소득세 신고를 할 때 1000만원 기준의 세율(8%)이 아니라 3000만원 기준의 세율(17%)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즉 그전과 같은 방식으로 소득세 신고를 하면 세율이 기존의 8%에서 17%로 뛴다.
또한 '간편장부 대상자'가 되므로 경비를 기록한 장부를 함께 제출하지 않으면 여기에
장부 미기재로 인한 20% 가산세가 붙는다.
소득세의 10%인 주민세도 당연히 함께 올라간다.
-국민연금 또한 위 세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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